KBS 한국인의 밥상 648회
교양
2024-03-21 (목) 저녁 7시 40분 방송
<칼을 갈다, 맛이 살다>
깎고, 썰고, 자르고, 다지는 데 사용되는 도구인 '칼'은 요리의 기본이자 시작입니다.
구석기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용도에 따라 수많은 칼이 존재해 왔습니다. '잘 고른 칼 하나가 열 요리사를 부러워하지 않게 한다'는 말처럼, 좋은 칼은 요리를 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불에 녹은 쇳덩이를 수천 번 두드려 칼을 만드는 분, 칼을 다루는 기술 하나로 생계를 유지해 온 분, 무뎌진 칼로 누군가를 먹여 살리며 살아온 분. 칼 한 자루에 담긴 그분들의 이야기와 음식을 만나봅니다.
■ 쇳덩이가 날카로운 칼이 되기까지
[대전광역시 유성구]
다양한 용도에 따라 종류가 매우 다양한 칼. 대전의 한 대장간에서는 모든 종류의 칼을 제작하고 있으며, 매일 1,300도의 불길이 타오르고 쇠를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고 합니다. 단단한 쇳덩이가 수많은 담금질과 망치질을 거쳐야 비로소 칼 한 자루가 완성된다고 합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이어 14살에 처음으로 칼 다듬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 전만배 씨는 올해로 55년째 칼을 제작하고 있으며, 칼은 그에게 삶의 전부와도 같습니다.
오랫동안 칼을 맡겨온 반가운 손님이 대장간을 찾아왔습니다. 일식 주방장인 그 손님은 '형님 외에는 제 칼을 만질 사람이 없다'며 자신이 아끼는 회칼을 가지고 왔습니다.
멀리서부터 찾아온 손님을 어찌 그냥 보낼 수 있겠습니까? 대장장이의 아내분의 손길이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화로에서 구워 먹는 삼겹살구이로 시작해, 철을 맞은 복어와 웅어로 이어지는 식사 준비가 시작되었습니다. 생선을 자르고 회를 뜨는 칼은 모두 전만배 씨의 손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시어머니의 방식대로 복어를 볶고 된장과 들깻가루를 넣어 맛을 낸 복어매운탕과 뼈째 썰어 식감을 살린 웅어회무침은 오늘도 힘든 하루를 보낸 남편을 위한 보양식이라고 합니다. 고마운 지인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모두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전만배 씨는 자신의 공장을 이어갈 친구를 만나는 것이 꿈이라며 웃음을 보입니다. 가업을 이어받아 꿋꿋이 자리를 지키며 칼을 제작하는 그에게 이 한 상은 하루 동안의 큰 행복입니다.
● 칼 공장: 한밭대장간
● 주소: 대전광역시 유성구 용계동 산47-8
● 문의 전화번호: 042-541-8495
● 칼 구매 & 연마 문의: 한밭대장간 한칼
● 주소: 서울 동장구 노들로 674 3층 지상주차장 a19 기둥 앞
● 문의 전화번호: 0507-1305-4465
■ 발골 장인들의 '우리만 아는 맛'
[경기도 구리시]
이른 아침부터 분주함이 가득한 경기도 구리시의 한 축산업 공장. 위생복을 착용한 사람들이 숙련된 손길로 고기를 해체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도축된 소와 돼지를 가공하는 이곳은 최영일 씨가 일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사용되는 칼은 일상에서 보는 것과는 조금 다른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성형 칼, 발골 칼, 뼈 칼 등, 각기 다른 용도와 사용 부위를 가진 이 칼들은 오랜 시간 동안 그의 손에 익숙해지도록 갈고 닦아졌습니다. 소 한 마리를 발골하는 데에는 평균 3시간이 걸립니다.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칼을 잡았다가, 그것이 평생의 직업이 될 줄은 몰랐다고 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 시절부터 '마장동 최 박사'로 불리게 될 때까지, 험난한 길을 걸어온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의 옆에는 생일과 나이가 같은 친구 조휴찬 씨가 함께해왔습니다.
두 친구가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회포를 푸는 날입니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고기를 손질하다 보니, 자연스레 옛날의 추억들이 떠오릅니다. 살치살, 꽃등심, 차돌박이 등 시중에서 선호하는 부위를 넘어, 그들이 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뒷고기'라 불리는 비주류 부위입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고기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며, 아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부위의 이름을 나열하는 그들은 돼지 힘줄을 유독 칭찬합니다. 발골 작업을 하며 커다란 냄비에 오랜 시간 동안 삶아둔 돼지힘줄찜은, 작업의 피로와 고단함을 잊게 해주는 별미입니다.
뒷고기를 구우며 보이는 그들의 손에는 오랜 세월이 남긴 흐릿한 흉터와 상처가 가득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힘이 되어준 그들에게, 같이 하는 식사는 지치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날들의 소중한 선물입니다.
● 상호: 초이스미트
● 주소: 경기 구리시 동구릉로 395번길 117-6 가양식품
● 문의 전화번호: 02-2281-2797
■ 어머니의 무쇠 칼, 추억을 요리하다
[전북특별자치도 진안군 동향면]
삼삼오오 모여든 새울마을 주민들. 오늘은 공동텃밭에서 오미자를 심는 날입니다. 예로부터 오미자가 유명했던 마을의 명성에 걸맞게, 올해는 마을 축제에 사용될 오미자를 심기로 했습니다.
이 마을의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귀촌한 이들로, 진안의 맑은 물, 깨끗한 공기, 아름다운 경치에 매료되어 새울마을에 정착했다고 합니다. 최인철 씨 역시 10년 전 새울마을에 처음 발을 디딘 이후, 이장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공동작업을 위해 모인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마을 어른들도 함께 팔을 걷어붙이고 음식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어머니들이 가져온 칼은 모두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은 무쇠 칼입니다.
마을 잔치때는 물론 돼지도 잡고, 닭도 잡고, 단단한 소뼈도 자를 수 있는 역사가 담긴 칼이라고 합니다. 닭을 푹 고아서 칼로 고기를 다지고, 가래떡을 썰어 닭고기떡국을 만들면서 마을 사람들은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수다를 떨며 부지런히 다음 요리를 준비합니다. 오늘 선보일 또 다른 음식은 토굴에 보관하던 오미자청을 활용한 오미자칼국수입니다. 귀촌 7년 차인 김혜란 씨가 이 요리를 준비하는데 힘을 보탰습니다. 어린 시절, 매일 저녁 먹어서 싫증났던 칼국수가 이제는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김혜란 씨는 어머니의 무쇠 칼로 칼국수 반죽을 썰어 만들었습니다.
아궁이 쪽에서 묵묵히 두부를 만들던 어르신은 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해보지 않은 일이 없는 평생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자식들을 잘 가르치고 먹여 크게 한 것에 후회는 없다며, 갓 만든 두부처럼 따스한 미소를 보여줍니다.
마을 주민 모두가 모여 즐기는 한 상에는 무쇠 칼처럼 묵묵히 어려운 삶을 견뎌낸 새울마을 어머니들의 세월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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