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한국인의 밥상 650회
교양
2024-04-04 (목) 저녁 7시 40분 방송
<밥상의 전설, 포구의 추억>
그 이름만으로도 낭만이 가득한 포구입니다.
도시화와 대형 항구의 발달로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지만,
포구에는 어려웠던 시절을 견뎌낸 강인한 삶의 흔적이 층층이 쌓여 있습니다.
실향민을 포함해 삶의 터전을 잃은 많은 분들이 모여들어
불굴의 정신으로 삶을 개척해 나간 역동적인 공간이자 마지막 피난처였던 포구입니다.
그리운 추억이 서린 포구 밥상을 통해 포구의 깊은 의미를 다시 한번 조명해 보겠습니다.
■ 한강 하구에 남은 마지막 포구 – 김포 전류리포구
서해와 만나는 한강 하구의 최북단에 위치한 김포의 전류리 포구는 한때 11개의 포구가 번성하던 김포에서 유일하게 남은 포구로, 아직도 군사 보호구역입니다. 허가 받은 뱃사람들만이 출입할 수 있는 금단의 포구에서 새벽 조업을 나서시는 장성환 씨(65세) 부부입니다.
한강 어부였던 아버지를 따라 11살 때부터 고기잡이를 시작하신 장성환 씨(65세)는 한강 개발로 반포에서 전류리까지 떠밀려 오셨습니다. 그곳에서 12시간 간격으로 하루에 두 번 들어오는 바닷물, 그리고 물때의 거센 물살에 자신을 맡기며 생활하고 계십니다. 바다와 강을 오가며 사는 물고기들이 있어, 밀물 때 따라 올라오는데, 지금은 숭어 철의 끝물이자 산란을 위해 한강의 갈대숲을 찾아온 웅어가 막 올라오는 시기입니다. 한강의 숭어와 웅어는 허균의 미식서 <도문대작>에서도 그 맛을 인정받았으며, 임금님께 바치는 진상품이기도 했습니다.
숭어와 웅어는 횟감으로서 최고입니다. 숭어는 높이 뛰는 능력이 뛰어나 살이 쫄깃하고, 멸칫과의 웅어는 그 살이 연하고 부드럽습니다. 이런 웅어에 불맛을 입혀 구우면 고소한 풍미까지 더해집니다. 하지만 장성환 씨(65세) 부부에게 이 물고기들이 특별한 이유는 그 맛에 담겨 있는 추억 때문입니다.
말린 숭어에 양념장을 얹어 찜을 하다 보면, 남편이 잡아온 물고기를 가득 담은 대야를 머리에 이고 나가 자식들 먹일 보리쌀로 바꿔오셨던 어머니의 고단했던 삶이 떠오릅니다. 숭어에 새우, 미나리 등을 넣어 끓이는 숭어 매운탕은 새우 철이면 이웃이 다 함께 제 일인 것처럼 손을 보태고 음식을 나누는 포구의 정을 닮은 음식입니다. 그렇기에 전류리 포구는 장성환 씨(65세) 부부에게 행복을 주는 보석이자 마음의 고향입니다.
■ 파시의 추억 – 인천 유일의 갯골 포구, 북성포구
새벽 6시의 경매 시간에 맞추기 위해 밤샘 조업에 나서신 정남훈 선장(66세). 큰 자루 형태의 그물을 바다에 펼쳐놓고 거둘 때마다 온갖 물고기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도다리, 간자미, 물메기 등... 마치 요술 그물처럼 불리는 낭장망입니다. 그러나 경매를 마치고 나면 그가 돌아가시는 고향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인천 해안에 남아 있는 유일한 갯골 포구인 북성 포구입니다.
갯골 포구는 갯벌 사이로 움푹 파인 갯골을 따라 배가 오가는 포구로, 물때가 맞아야만 조업을 나설 수 있기에, 많은 배가 큰 항구로 떠나버렸습니다.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선상 파시가 열리던 포구였으나, 그마저도 3년 전에 중단되었습니다. 하지만 북성포구는 실향민 등 삶의 터전을 잃은 많은 분들이 모여 억척스럽게 삶을 이어가는 역동적인 현장입니다. 떠들썩함은 사라졌지만, 치열하게 살아온 애환으로 가득 찬 곳이어서 정 선장님과 포구 사람들은 쉽게 이곳을 떠날 수 없다고 합니다.
고향은 달라도 북성포구에서 만나 서로 의지하며 평생을 함께 살아온 여성분들에게는 사연 없는 음식이 없습니다. '술국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물메기 물텀벙이탕과 도다리 매운탕을 끓이다 보면, 거친 뱃일로 고생만 하다가 먼저 세상을 떠나신 남편분들이 떠오르며 가슴이 아립니다.
도다리 통튀김에는 남편을 돕기 위해 배에 올라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던 그 분들의 고단한 삶이 배어있습니다. 그럼에도 간자미찜을 하다 보면, 몸은 힘들었어도 간자미가 풍성하게 잡혔던 시절이 그리워집니다. 힘든 세월을 강인하게 이겨내신 포구 여성분들의 밥상을 만나봅니다.
■ 굴막의 전설 – 인천 만석부두
전통적으로 인천 앞바다, 너른 갯벌을 자랑하던 인천 중동부 해안에 위치한 만석부두는 이제 공업단지로 변모하였습니다. 매립으로 인해 갯벌의 흔적은 사라졌으나, 만석부두의 사람들에게 갯벌은 여전히 소중한 삶의 터전입니다. 배를 띄우기 위해서는 물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2시간 전부터 바다 한가운데 나가 배 위에서 식사하며 썰물을 기다리는 시간은 이곳 사람들에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만석부두 사람들은 인천대교 앞 갯벌에서 수십 년 동안 굴 채취를 하며 삶을 이어왔습니다. 그러나 영종대교와 인천대교, 영종도 신공항의 건설로 환경이 변하며 터전도 예전과 같지 않게 되었습니다. 바다 환경의 변화로 인해 조류의 흐름이 달라지고 퇴적층이 순환되지 못하면서 갯벌의 굴밭이 뒤덮혀 버렸습니다.
만석부두 사람들에게 굴의 사라짐은 단순한 일거리의 소실이 아니라, 그들이 살아온 역사의 상실을 의미합니다. 한국전쟁 이후, 만석부두는 미국 원조물자를 하역하는 장소로, 일자리를 찾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그때부터 여성들은 부두 앞 굴막에서 굴을 까며 생계를 이어가고 자녀들을 키웠습니다.
수십 년 동안 만석부두에서 굴을 캐고 굴을 깐 김분녀(73세), 이경심(75세), 문선희(64세) 씨는 그녀들의 고단한 삶을 말해 주는 휘어진 손가락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삼일씩 밤을 새워가며 준비한 굴회에는 그들의 소리 없는 울음이 담겨 있습니다.
소화에 좋고 섬유소가 많은 무를 갈아 단백질이 풍부한 굴과 함께 고춧가루에 무친 무채굴장아찌는 일터에서 서둘러 먹던 식사였습니다. 굴을 살짝 데친 후 밀가루와 계란 물을 입혀 구워낸 굴전에는 새벽 일을 나가느라 자식들 도시락을 한 번도 직접 챙겨주지 못한 어머니의 미안함이 배어있습니다. 굴이 곧 삶이었던 만석부두 여성들의 밥상을 통해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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